[MBTI 분석심리학] 비합리적 정신기능 ‘감각(S)’ 중 ‘외향감각(Se)’은 무엇인가?
■ 비합리적 정신 기능 ‘감각(S)’ 중 ‘외향감각(Se)’은 무엇인가?
외향적 감각형은 어떤 형과도 비길 수 없는 현실주의자라고 융은 말한다. 그의 객관적 사실을 감득하는 능력은 비상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는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을 쉴 새 없이 쌓아 나가는 사람이다. 사고라든가 감정과 같은 합리적 판단기능이 적당히 보상하지 않는 한, 그는 그가 쌓는 경험을 반성하려고 정리할 겨를이 없다. 그는 항상 새로운 그리고 강렬한 감각적 자극을 주는 대상을 향하여 이를 감득해 나간다. 이런 형은 남성에게 많은 것 같다고 한다. 실무에 밝은 행정가, 기업가, 기술자에서 이런 형을 흔히 본다. 건축가, 응용미술을 하는 사람, 혹은 그 밖의 예술가들 가운데서도 볼 수 있고, 물론 어느 직업에서나 다 볼 수 있지만, 외부적 사실을 재빠르게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와 관계를 맺는 데 비상한 재간이 있다.
가령 파티에 나갔을 때 누가 무슨 색깔과 무슨 모양의 옷을 입고 벽의 색깔, 가구가 어떻고 하는 것을 한눈에 파악하고 뒤에 이것을 세밀히 기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혹은 전동차를 함께 타고 간 사람의 모습을 곧잘 기억하고 ‘어떻게 생긴 사람’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다.
문학이나 예술 작품 같은 데는 곧잘 감각적 묘사가 두드러져서 건물 모양, 햇볕과 그늘, 거기 울리는 종소리, 공기의 촉감, 사람들의 행동 등이 회화처럼 묘사되는 소설 장면이 있는가 하면, 그런 분위기를 묘사한 그림들이 있다. 이를테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나, 로맹 롤랑의 소설 [장 크리스토프]의 서장에서 갓난아기가 요람에서 이 세계를 감상하는 장면 등을 그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은 감각형의 장기에 속한다. 물론 문예 작품의 경우는 대개 그런 감각적 표현을 통해서 내적인 가치를 나타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으므로, 이것은 감각기능 중에서도 외향적 감각기능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내향적 감각기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외향적 감각형에서는 실제적인 객관적 사물이나 사실이 더욱 중요시된다. 그는 직물의 감촉을 통해서 이것이 합성섬유인가 순면인가를 즉시 감별할 수 있고 좌중의 사람 가운데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몇 명, 찬성하는 사람이 몇 명, 중립적인 사람이 몇 명인지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파악하여, 그런 뜻에서 모임 같은 것을 세련되게, 그리고 단순 명쾌하게 운영할 수 있는 훌륭한 사회자이며 기획 전문가일 수 있다. 또한 기게나 다른 물질 같은 것은 장단점을 즉시 파악할 줄 안다. 최고의 오디오 장치를 설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외향적 감각형이거나 혹은 다른 유형의 열등한 감각기능을 과보상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대개 틀리지 않다.
이런 형의 사람들은 사실 자기 스스로 감각기능에 지배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웃어넘길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감각이 구체적인 생활 표현이며 감각은 그에게 진실한 생의 충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감각기능이 그의 생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반조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그의 의도는 구체적인 향락이다. 그의 도덕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향락 가운데 그의 특이한 도덕성이 있고 그의 중용과 법칙성과 무사성과 희생에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미식가일 수 있고 유쾌한 탐미주의자일 수 있으나 반드시 정상적인 범위 안에 그가 있는 한 ‘관능적인 향락주의자’는 아니다. 물론 합리적 기능을 우월기능으로 가지고 있는 합리형(사고형이나 감정형)의 눈으로는 그가 부도덕한 한량이나 종잡을 수 없고 일관성 없는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것은 대개 합리형의 열등기능의 투사 때문이다. 그는 어떤 경우에나 객관적 감각의 원리에 충실한 사람이고 이런 방향에서 그의 감각을 위대한 미적 순수성으로 분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융은 지적한다. “그의 이상은 사실성이다.” 구체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그는 비로소 숨을 깊이 내쉴 수 있다.
그가 기계라든가 숫자라든가 물질 같은 객체에 몰두하면 그의 마음은 완전히 여기에 흡수되고 그는 전혀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폰 프란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엔진이라든가 기름에 완전히 헌신하고 모든 것을 이런 각도에서 본다.
그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그의 감정은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그의 가장 열등한 기능인 직관은 완전히 의식에서 사라진다. 외향적 감각형은 직관적인 인식을 ‘미친 소리’라고 웃어넘긴다. 그것은 ‘바보 같은 공상’이며 ‘현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생각하는 것’도 별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내향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복잡하고 추상적’이라고 비평한다. 오직 자연과학과 실제 기술만이 진실이고 나머지는 환싱이며 이론이란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외향적 감각형이 객체와의 감각적 유대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무의식적인 보상이 그 정도를 넘어 무의식에는 의식에 반하는 여러 가지 극단적인 경향이 생긴다. 이것이 의식에 출몰할 때 이 형의 사람은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특징을 나타내게 된다.
무엇보다도 억압된 직관기능이 의혹의 성격을 띠고 외계로 투사된다. 직관기능이 미분화되어 원시적인 특징을 띠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본래는 풍부한 예감능력으로 그 기능을 발휘하던 직관이 의심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적인 대상과 결부되면 질투환상을 일으키며 그 대상에 대한 분방한 추측을 일삼게 된다.
“그는 직관이 열등하므로 그는 무엇인가 스산한 것에 대한 어두운 직관을 가지고 있다. 마치 개가 쓰레기통에 머리를 틀어박고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것처럼, 이런 열등한 직관기능은 간혹 사실을 잘 알아맞힐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완전히 틀린 인식을 한다. 때로는 피해관념을 가진다. 즉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의심한다. 외향적 감각형은 의식에서는 직관을 우습게 여기지만, 무의식에서는 은연중에 마술적이고 미신적인 것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의식이 통솔력을 늦추는 시간, 즉 휴식의 시간, 밤에 잠들 무렵, 또는 약간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면 곧잘 ‘귀신이야기’나 심령과학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건 다 허튼소리 였다고 웃어버린다. 그의 머리맡에는 그러나 늘 신비주의적인 통속적인 책이 놓여 있다. 물어보면 그것을 읽으면 잠이 잘 온다고 가볍게 넘긴다. 그는 또한 사이비과학적인 명상술 같은 집회에 참여해서 그답지 않게 심취해 버린다.”
유능한 제약회사 간부 직원들이 감수성 훈련이나 명상시간에 참여해서 순진하게 도취되어 버리는 심리는 그딜이 모두 외향적 감각형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예이다. 폰 프란츠는 그의 강의에서 미국에는 외향적 감각형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것이 미국 땅에 유달리 많은 신비주의 운동과 각종 기묘한 종파를 꽃피게 하는 이유의 하나라고 한다.
외향적 감각형에서 의식의 일방성으로 말미암아 무의식과는 해리가 심해지면 여러 가지 병적인 증상이 생긴다. 특히 공포증, 강박증 등이 생긴다. 그 내용은 비합리적인 성격을 보이게 되는데 흔히 도덕적, 종교적 색채를 띠게 된다. 융에 의하면 이 형의 사람은 이성에 호소할 만한 합리적 기능이 미분화된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 형의 신경증을 치료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무엇을 깨닫도록 하려면 이들에게 감정적인 강압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많다고 하였다.
출처 : 분석심리학 pp.18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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