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분석심리학] 합리적 정신기능 ‘감정(F)’ 중 ‘외향감정(Fe)’은 무엇인가?
■ 합리적 정신 기능 ‘감정(F)’ 중 ‘외향감정(Fe)’은 무엇인가?
이 형에서는 감정기능이 그의 생활의 주요한 근간이 되며, 그의 감정은 객체에 기준을 둔 외향적 감정이다. 감정은 여성의 심리적 가시적인 특징인 만큼 감정형은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여성에 많다고 융은 지적한다.
이들의 감정은 객관적 상황이나 보편적인 가치에 순응한다. 이들은 교육을 통하여 그렇게 훈련되어 있고 감정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의식의 조절 아래에 있게 된다. 주 기능이란 언제나 의식의 기능이고, 따라서 조절이 가능한 부분인 것이다. 외향적 감정형의 우위기능 혹은 주 기능인 외향적 감정은 무엇보다도 배우자의 선택에 잘 나타난다. 이 형의 여성들은 언제나 ‘적당한’ 남자를 사랑한다. 자기의 주관적인 감정에 맞는 남자라기보다 그 남자의 연령, 사회적 지위, 재력, 외모, 체격, 그 가족의 권위 등 모든 ‘객관적인 조건’에 맞는 남자이다. 주관적인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상당히 억압되어 있으므로 외향적 감정형은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이런 식의 결혼이 계산에 의한 것이라 할 수는 없고, 그러한 결혼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런 결혼을 통해서 좋은 부인,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다. ‘행복한 가정’이라고 여성잡지에 천연색 사진으로 소개될 만한 가정을 영위한다.
이 형의 사람들은 쉽게 친구를 사귀고 모든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 줌으로써 인간관계에 기름을 치고 그렇게 쉽게 인생을 헤엄쳐 간다. 그녀는 파티의 여주인공으로서 적격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탁월한 외향적 감정으로 상대방의 감정에 맞추어 줄 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내향형처럼 사람을 잘못 보는 일은 없다. 장단점을 정확히 판단하고, 사람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내향형의 눈으로 보면 외향적 감정형의 태도는 과장되고 피상적이며 너무 활동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이런 형의 사람 앞에서 내향형은 쉽게 당황하고 또 다른 한편 “좀 거북하지만 그런 사람도 필요하다”는 식으로 두둔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향형의 판단은 외향적 감정형의 외향적 감정이 지나칠 경우에만 옳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다소의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외향적 감정이 “날씨가 참 좋습니다”,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하면 그것은 반드시 과장이 아니라 그들은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폰 프란츠는 말하고 있다.
외향적 감정형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철학적인 사고는 질색이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내향적 사고는 가장 열등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외향적 감정형도 물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감정에 종속되어 있다. 그는 그가 느끼지 못하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고 믿는다. 그의 기분에 맞는 한 그는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분을 상할만한 사고는 극도로 피한다. 인생의 근본에 관한 물음, 철학적인 토론, 개념의 본질에 관한 논의가 벌어지면 이 형의 사람은 하품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복잡한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의 무의식 속에는 이러한 내향적 사고기능이 숨어 있다가 사람들과 같이 있지 않은 호젓한 시간에 만일 그나 그녀가 홀로 집에 있을 때, 이러한 무의식적 사고가 느닷없이 그 사람의 의식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그는 이 내면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라디오를 크게 틀거나 집을 뛰쳐나와 다시금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서, 그의 주 기능인 외향적 감정이 일으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젖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 사람의 적응의 근거로서 외향적 감정을 너무 일방적으로 이용하게 될 때 이 감정의 싱싱한 활기는 사라진다. 그의 태도는 부자연스럽고 가식적인 것이 된다. 그의 웃음은 선웃음이거나 억지웃음이 된다. 마치 우습지 않은 웃음을 웃어야 하는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를 이끄는 사회자와 같아진다. 감정의 주체가 완전히 객체에 흡수되어 버린 징조이며 ‘감정에 있어서 가장 매력적인 개성적인 요소’가 없어지고 의식의 무의식에 의한 해리가 시작된다.
그의 무의식의 사고기능이 의식 표면에 들이닥친다. 이 사고는 유치하고 고태적인 상태에 잠겨 있다. “의식의 감정관계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하여 그녀가 감정에서 주관적이고 개성적인 것을 없애면 없앨수록 무의식의 대극은 강해진다.” 감정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대상들이 무의식의 사고기능에 모여들어 이 원시적인 사고기능은 이런 대상들을 여지 없이 부숴 버린다.
“불과하다는 사고가 여기에 가장 적격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객체에 묶인 감정의 위세를 부숴 버리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가장 심하게 깎아내리는 온갖 편견과 좋지 못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그녀의 본래 타고난 명랑한 태도는 편견에 찬 냉혹한 태도로 중단되어 성격상의 일관성을 잃게 된다. 융은 이러한 사람의 노이로제는 유아적, 성적 관념을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히스테리라고 말한다.
폰 프란츠는 외향적 감정형의 열등한 사고는 내향적이기 때문에 흔히 자기 자신의 주체의 문제로 향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내심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 틀렸다”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밖으로 사회적 활동으로 도망친다. “그는 정말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라고 폰 프란츠는 말한다.
그러나 한 번 외향적 감정형의 무의식의 열등기능이 그의 의식을 지배하기에 이르면, 그는 도서관의 먼지를 함빡 뒤집어쓴 채 책을 떠날 줄 모르고 이에 몰두한다. 이리하여 일상생활을 잊어버릴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의 사고는 아직 미숙하므로 그들은 마음의 밑바닥에서 발견한 ‘생각’이라는 보배를 단지 형식적인, 이미 형성된 사고 체계에 그대로 맞추는 작업을 할 뿐이다. 그것은 하찮고 평범한 암기 작업과도 같다.
폰 프란츠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그 예로 설명한다. 파우스트가 먼지를 털고 그의 서재를 나와 생활 속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감정형의 열등한 사고기능이 파우스트의 서기인 바그너를 통해서 표현된다. 바그너가 하는 일이란 주인의 평범한 어구를 되풀이하고 책에 기재하는 일이다. 열등한 사고기능은 이와 같은 것이다. 또한 폰 프란츠는 괴테의 에커만과의 대화는 참으로 진부한 말들의 축적인데, 바로 여기서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바그너 같은 요소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출처 : 분석심리학 pp.17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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