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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분석심리학] 합리적 정신기능 '감정(F)'이란 무엇인가?




■ 합리적 정신 기능 ‘감정(F)’이란 무엇인가?


  융은 감정을 표상이나 감각의 이차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고 하랄 회프딩, 빌헬름 분트, 알프레드 레만, 제임스 마크 볼드원 등과 함께 하나의 독립된 기능으로 본다.


  감정은 무엇보다도 자아와 주어진 내용 사이에 일어나는 과정으로서 그 내용에 받아들이든가 돌려보내든가 하는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며, 또한 그때그때의 일시적인 의식의 내용이나 일시적인 지각과 관계없이 따로 ‘기분’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과정이다.


  이 기분이라는 것도 어떤 특정한 의식 내용의 평가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순간적 의식상황의 평가로서 역시 수용, 배척의 평가이다.


  융은 감정기능은 무엇보다도 전적으로 주관적인 과정이어서 외부의 자극과 전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있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한다. 감정은 사고나 마찬가지로 이성의 법칙에 따라 진행되는 판단의 한 양식이다. 그러므로 합리적 기능이다. 지적인 판단과 다른 점은 개념적인 관련성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감정의 정도가 고양되어 신체적으로 감정을 느낄 만큼 되면 이를 정감이라 한다. 융은 오이겐 블로일러와는 달리 감정과 정감을 구별한다. 그리고 정감은 정동과 같은 뜻으로 쓴다. 정감은 순수한 감정이 감각과 섞여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감정은 감각뿐 아니라 사고, 직관 등 다른 기능과 섞여 있는 수가 있다. 이런 혼융상태는 특히 감정이 미분화 상태에 있을 때 잘 일어난다.


  또한 감정을 통한 평가란 마치 지적인 통각과 같은 가치의 감정적 통각이다. 여기서 능동적인 감정적 통각과 수동적인 감정적 통각의 구별이 생긴다. 전자는 주체가 그의 의도에 따라 가치를 판단하고 후자는 어떤 내용이 감정을 자극하여 평가하도록 한다. 어떤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그녀의 매력에 끌리는 것’ 사이의 차이라 할 것이다. 전자는 ‘작용’이요 ‘행위’이며 후자는 ‘상태’인데, 후자는 비지향적인 ‘감정적 직관’으로서 전자가 합리적인 데 반해서 후자는 비합리적이다.


  외향적 감정과 내향적 감정은 사고의 경우를 그대로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외향적 감정에서는 객체적 기준이 그 감정 판단의 근거가 되고 내향적 감정에서는 주체의 기준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


  전자에 있어서는 ‘좋다’, ‘아름답다’ 하는 평가가 전적으로 객체의 영향을 받는다. 즉 외향적 감정형은 전통적으로 또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에 부합되는 감정 판단을 한다. 내가 무엇을 ‘좋다’, ‘아름답다’ 하는 것은 내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 감정 상황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보편적인 감정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보편적인 감정을 상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향적 감정기능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느끼는 것을 느끼는 기능이다. 객관적인 감정에 대한 순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감정은 그 나름대로 천부적 재질이고 총체적인 가시적 감정기능을 표현한다.”


  많은 사람이 극장이나 교회에 가서 비슷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외향적 감정의 도움으로 가능하며, 그것은 유행을 복돋우고 사회사업, 자선사업이라든가 문화사업의 바탕이 되는 감정이다. 이 점에서 외향적 감정은 창조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다.


  내향적 감정은 주체에 입각하여 감정을 판단한다. 그것은 [25시]의 작가 게오르규가 인용한 “비록 세계가 무너져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스피노자의 명언과 같은 숨은 확신 속에 나타난다. 내적인 가치, 마음속의 상들, 그것은 원초적인 마음의 심층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이런 상을 감정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것은 깊은 종교적 감정의 형태와도 같다. 원초적인 상은 잘 아는 바와 같이 이념일 뿐만 아니라 감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신, 자유, 불사라는 기본적인 관념은 관념으로서 의미 있는 것처럼 감정적 가치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외향적 감정이나 내향적 감정이나 모두 일방적으로 치우치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창조성을 점차 잃게 되고 경화되어 무의식적인 경향에 의해서 보상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이에 관해서는 각각 감정형의 두 가지 유형을 설명하는 가운데 언급하기로 한다.


  감정이란 결국 지적인 개념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융은 말한다. 왜냐하면 사고는 감정과는 반대극에 있어 서로 상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정신기능도 결코 다른 정신기능으로 완전히 표현될 수 없듯이” 어떤 지적인 정의도 감정의 특이성을 비교적 만족스럽게 재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하는 정의를 내림에 있어 그는 그 본질을 규정했다기보다 그것을 표면상 옮겨 쓴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감정을 여러 가지로 분류하는 것도 사실상 인위적인 것으로 감정은 개념의 한계 밖에 있는 것이라고 한 점은 유의해 둘 말이다.




출처 : 분석심리학 pp.171-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