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MBTI 분석심리학] 합리적 정신기능 ‘감정(F)’ 중 ‘내향감정(Fi)’은 무엇인가?




■ 합리적 정신 기능 ‘감정(F)’ 중 ‘내향감정(Fi)’은 무엇인가?


  ‘잔잔한 물은 깊다’ 라는 격언은 이 형의 여성들에게 가장 알맞은 말이다. 그녀들은 대게 조용하고 사귀기가 힘들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흔히 어린애 같은 얼굴이나 통송적인 가면 뒤에 숨어 있거나 또 흔히 애수어린 기질을 가지고 있다. 융은 내향적 감정형을 이렇게 기술한다.


  내향적 감정형은 무척 분화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감정은 내적인 기준에 의해서 움직이므로 밖으로 표현되지도 않고 객체에 작용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분화된 내향적 감정은 무엇이 내적으로 진실로 중요한 요소인가를 볼 줄 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은 어느 집단의 윤리적 지주가 된다. 결코 설교하지도 않고 자기를 주장하지도 않지만, 내적인 기준에 의거하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것이 은연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남에게 영향을 끼치려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돋우어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밖으로 나타나는 것은 조화된 쾌적한 안정감이다. 어떻게 보면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서늘한’ 느낌을 준다. 밖에서 오는 영향이 그의 주체를 간섭하기 시작하면, 내향적 감정형의 태도는 다소 경화되어 마치 타인이나 객관세계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냉담하며 배척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그의 감정은 객체를 떠나 자기 안으로 들어가 숨어 버린다. 이럴 경우 객체에 적합한 감정은 억제될 뿐 아니라 객체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 판단을 하게 된다. 폭풍적인 열정에 대하여는 늘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중립을 지키거나 약간의 우월감과 그런 열정에 대한 비평을 풍겨 예민한 상대방의 기를 죽인다. 때로는 싸늘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찔러 당항화게 한다. 언제나 그들의 객체와의 관계는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하고 확실한 감정상의 중간 위치를 취하여 여하한 열정도 거부한다. 이런 여성은 곧잘 외향적인 남성의 매혹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내향적 감정은 외향형의 무의식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밖으로 나타내는 냉담성과는 달리 자기 안에 깊은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감은 세계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이다. 그러나 그것은 좀처럼 밖으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외향형의 눈으로는 내향적 감정형은 언제나 ‘찬사람’, ‘몰인정한 사람’ 이기도 하다. 희로애락이 금시 얼굴 표정에 정확히 표현되고, 또한 그런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서양인이 말없고 표정 없는 동양의 내향형을 두고 감정이 없는 사람 같다든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없는 신비적인 데가 있는 사람이라든가 하는 것은 모두 외향형이 내향형을 보는 당혹을 표시하는 말이다. 이러한 내향적 감정형의 감정의 대상은 객체가 아니고 마음속에 숨어 있는 깊은 종교적 심성이다. 혹은 시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감정이다. 가끔 객체보다도 주체의 우월성을 나타내려는 숨은 명예욕을 볼 수도 있다. 이런 부인들이 그녀의 명예욕을 자기의 자식을 통해서 실현하려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객체를 움직이고 영향을 주고자 하는 숨은 감정은 내향적 감정형에서는 무의식의 원초적인 상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내향적 사고형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것을 자아에 관련지어서 ‘나의 것’처럼 혼동하기 시작하면 주체와 ‘나’의 동일시가 일어나 이 감정이 개인적인 횡포로 변하여 본래의 신비로운 깊은 종교적 감정은 사라지고 통속적인 사사로운 지배욕이 강요된다. 내향적 감정형이 어떤 교파의 전도사가 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자아가 무의식적인 주체의 크기 안에서 느끼고 그 감정이 자아보다도 더 높고 강한 것을 개명하는 한 이 형은 정상이다”라고 융은 말한다.


  내향적 감정형의 가장 열등한 기능은 사고기능이다. 이 사고도 고태적이고 환원적인 경향을 띤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인 환원적 사고, 즉 ‘깎아내리는 생각’은 그것이 감정기능의 전횡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동안은 자아가 주체로 눈을 돌리도록 하는 데 좋은 보상작용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인 사고를 지나치게 억압하면 무의식에 의식과는 상용할 수 없는 극단적인 대극이 생기고 그런 무의식적 사고는 외계로 투사된다.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갖게 된 주체는 가치절하한 객체의 의미와 힘을 느끼기 시작한다.” 의식은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느끼기 시작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나쁜 생각들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몰래 나쁜 계획과 모략을 꾸미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가정하에 ‘ㄴㆍ쁜 모략’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가십’을 엿듣고 의심하고 추리를 하기 시작한다. 한국적 인간관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남의 이야기’는 이러한 무의식의 상당히 열등한 외향적 사고의 과보상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이 정도를 넘으면 그 개체는 풍문에 사로잡히고 ‘위협적인 객체’를 이기기 위해서 강박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눈에 띄지 않는 인간관계에서의 냉정과 암투와 경쟁의식이 싹트고, 때로는 체면 불고한 부당한 수법으로 서로 싸우거나 때로는 도덕심조차도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하는 무리를 감행하여 그 개체는 지치게 된다.


  그래서 이 형의 사람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형태의 신경증은 히스테리보다는 신경쇠약성 신경증이며 여성에게서는 특히 강한 신체적 변화, 즉 빈혈이라든가 이에 따르는 신체증상을 수반한다고 융은 말하고 있다.


  내향적 감정형의 열등한 외향적 사고기능의 특징에 대하여 폰 프란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내향적 감정형이 그나 그녀의 무의식의 외향적 사고기능을 창조적인 작업에 이용하려 들 때 그는 외향형의 경우보다도 객관적인 사실에 관한 자료에 더욱 압도된다. 그의 눈에는 객관적 사실을 나타내는 자료도 많을뿐더러 문헌도 너무 많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너무 자세히 세밀하게 하려고 하므로 일을 효과적으로 끝내기가 어렵다. “외향적 사고의 열등성은 일종의 단일광으로 표현된다”고 폰 프란츠는 말한다. “몇 가지 안 되는 적은 관념으로 하여금 수 없이 많은 자료 속을 달리게 한다.”


  폰 프란츠가 그가 읽고 들은 것을 통해서 판단한다면 인간으로서의 프로이트는 내향적 감정형이었으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인간으로서의 프로이트는 가장 분화된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았다. 그는 탁월한 분석가 였다. 그에게도 역시 일종의 숨은 ‘신사도’ 같은 것이 있어, 그것이 그의 환자나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프로이트의 경우 우리는 진실로 그의 학설과 그의 인간으로서의 성격을 구별짓지 않으면 안된다. 프로이트의 학설은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거나 그 논문들의 내용으로 보아서 열등한 외향적 사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폰 프란츠는 말한다.


  “그의 논문에 기본 개념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가지고 수없이 많은 자료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전체 체계는 완전히 외적인 대상을 향해 있다.”


  내향적 감정형에서의 외향적 사고 기능은 미분화된 상태에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것은 다른 유형에서의 열등기능과 마찬가지로 분화시켜야 할 기능이고, 그것을 분화시켜 가는 데 있어서는 결코 그 기능의 열등성이 밖에 보일까 봐 처음부터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여서 발달시켜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처 : 분석심리학 pp.175-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