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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여친의 직업과 장래, 연애의 조건인가?




■ 남친, 여친의 직업과 장래, 연애의 조건인가?


  연애하면서 발생하는 돈 문제, 커플의 데이트 비용 문제는 성공만 하면 해결될 것 같다. 그러나 커플의 성공은 평행성이 필요하다.


  요즘 같이 취업난이 심한 시기에 커플이 나란히 교직에 합격해서 선생님이 된 친구들이 있다. 둘이 무척 잘 어울리는 한 쌍인 데다가 직업까지 확실해졌으니, 머지않아 둘의 청첩장이 올 거라 생각 했다. 그런데 청첩장은 고사하고 둘 사이가 삐거덕거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보통 함께 학교를 다니다가 취업을 하게 되면, 매일 같이 보던 얼굴을 못 보게 되고,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하기 때문에, 연인 사이가 나빠지기도 한다. 나는 단순히 둘이 처음 사회생활하느라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각자 적응하고 조금 안정되면 둘 사이가 다시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둘 사이를 잘 아는 나이 많으신 선배는 생각이 달랐다.


  “그 둘은 헤어질 것 같아.”

  “왜요?”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봐, 남자가 교사면 좋긴 하지만, 여자는 선생님에다가 나이가 어리면, 금값이지. 선생님이 되었으니 교대 생일 때에 비해 몸값이 달라진 거라고, 여기저기 좋은 혼처가 들어왔을걸.... 아무리 둘이 서로 사랑했고 좋아했다고 해도, 벌써 꽤 오래 사귀어서 처음처럼 불타오르는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 권태기 느낄 시기에 여기저기에서 지금 사귀는 남자보다 조건 좋고 괜찮은 남자들을 자꾸 소개해봐. 아무래도 사람 마음이 변하지 않겠어? 지금은 그 남자보다 훨씬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


  몇 년 전이었다면, 선배의 말에 분개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말도 안 돼! 완전히 속물이네“ 하면서 욕을 했을 텐데, 이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면 안되는 것이지만,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커플 중에 한 명의 성공이 둘의 연애 관계에 먹구름일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애초부터 자신이 성공하면, 당연히 애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대학 다닐 때 매점 언니와 친했었는데, 어느 날 매점 언니가 요즘 애들 참 무섭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유인즉, 친한 법학과 남학생들이 여자친구가 자기에게 잘해준다며 자랑을 하기에, 장난삼아 “나중에 사법고시 합격하고 성공하면, 여자친구에게 잘해줘~” 했더니, 대뜸 정색을 하며 “사법고시 합격하면 걔를 왜 만나요? 조건 좋은 여자가 줄을 설 텐데. 얘는 지금 그냥 만나는 것뿐이에요. 절대 얘랑 결혼하거나 오래 사귈 생각은 없어요” 하며 딱 잘라 말했다는 것이다. 물론 수많은 법학과 학생 중 한 명의 생각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듯 뒷바라지해주니 차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다는 것이 농담이 아니다. 처음부터 뒷바라지해 줄 사람 따로, 나중에 성공해서 함께 할 사람 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했다고 해서 애인을 차버려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주변에서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다. 우선 주위 사람들이 들쑤시는 경우가 가장 많다. “너는 이제 직업도 좋고, 조건도 좋으니, 그 사람은 좀 아니지 않아? 좋은 사람인 건 알겠지만 이런 점도 별로고, 이런 점도 너보다 못하고...” 기존의 애인을 깎아내리며 손해본다는 듯이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같은 말을 자꾸 듣다 보면, 귀가 얇지 않은 사람도 얇아진다. 정말 자신이 아깝고, 자신의 애인이 자신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면 둘 사이도 자연스레 삐거덕거린다.


  여기에다 비교까지 들어가면 둘 사이를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 “누구는 너랑 똑같은데, 그 애 애인은 그 애한태 뭘 선물해줬다더라. 그 애인네 집에서 직업도 좋고 마음에 든다면서 엄청 잘해준다더라. 너도 직업이 좋으니 그 정도 사람은 충분히 만날 수 있을 텐데...”라며 자꾸 바람을 집어넣거나, 애인이 있음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조건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준다거나 하면 커플의 사이는 매우 나빠진다.


  주위에서 말로써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시하여 커플을 갈라놓고 자신이 차지하고자 방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는 별로였더라도, 직업이나 조건이 좋아졌을 경우, 그러한 부분을 보며 접근하는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위의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애인에 대한 마음을 지켜낸다 해도, 애인이 못 견디기도 한다. 성공하지 못한 쪽에서 자격지심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이다.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 등 여러 복잡한 이유들이 뒤섞여서, 자신이 상대의 앞길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괴로워하다가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남자가 잘되었을 때보다, 여자가 잘되고 남자는 일이 잘 안풀리는 커플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여자가 좋은 곳에 취업을 했는데 남자는 백수일 경우,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해도, 남자 스스로의 자격지심 때문에 신경질을 부리고 예민하게 군다거나,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결국 그런 일로 다투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사랑의 순수함을 믿고 싶은 입장에서, 어떻게 성공했다고 사랑이 변하냐며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인생은 길다. 멀리 보면 고생길이 훤한데 사랑 하나 부여잡고 가시밭길로 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의 상황이 좋아졌다고 어려울 때 자신이 잘 되기를 빌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던 연인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겠다는 얄팍한 태도는 문제지만, 상황이 달라졌는데 마음은 똑같아야 한다는 요구에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배가 부르면 맛있는 음식도 싫어지고, 배가 고프면 보는 족족 다 맛있어 보이는 게 사람 마음이다. 어렵고 힘들 때와 일이 잘되어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질 때의 마음이 똑같을 수 있을까. 물론 초심을 잃지 말라고 조언할 수는 있다. 또 자신의 조건이 변한 뒤 주위에서 많은 유혹이 올 때, 애인이 전에 어떻게 해주었는지 어려웠던 시절을 한번 돌아보라고 말할 수는 있다. 또한 조건을 보고 달려즈는 사람들은 그 조건이 사라졌을 때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이 다 변했는데 애인에 대한 마음만은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유학 교과서에 나오는 말처럼 너무나 비현실적인 요구가 아닐까 싶다. 이보다 상대가 바뀐 상황에서 고민하기 이전에 발맞춰 갈 궁리를 하는 쪽이 사랑을 지키는 데 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출처 : 우라질 연애질 pp.10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