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리학적 유형
종종 어떤 사람과 대화나 토론을 하다가 아무리해도 서로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여 말싸움까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나중에 차분히 되돌아보면 그러한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오해, 논쟁, 편견의 근원은 서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입장이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즉, 사물을 볼 때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는 가치에 대한 전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지요. 융도 그의 자서전에서 ‘나는 프로이트나 아들러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우리의 견해 차이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유형의 문제와 부딪치게 되었고, 그러한 의문이 심리학적 유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융은 심리학적 유형을 두 가지 측면에서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일반적인 태도상의 유형으로 외향적 태도 extraverted attitude와 내향적 태도 introverted attitude로 구분합니다. 둘째로는 정신의 특수기능상의 유형으로 네 가지 정신기능 : 즉, 사고 thinking, 감정 feeling, 감각 sensation, 직관 intuition에 따라 구분합니다. 어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객체를 주체보다 중요시하고 주로 객체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우, 그 사람은 외향적 태도를 취한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객체보다는 주체를 중시하는 태도를 지닌 경우에는 내향적 태도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저 명랑하고 사교적이든가 수줍고 비사교적이라는 것만 가지고 외향적, 내향적 태도를 나누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행동과 판단을 마지막에 결정하는 것이 사회의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보편적인 가치기준인지, 그 보다는 자기의 주체에 입각한 기준인지에 따라 외향적, 내향적 태도가 구분 됩니다. 이러한 태도 유형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친형제들 간에도 서로 다르고, 교육 정도나 계층간에 그 분포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선천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정신의 네 가지 기능 중, 사고와 감정기능은 이치에 맞게 진행되는 판단기능이므로 합리적인 기능이라 하고, 감각과 직관은 이성적인 고려를 거치지 않은 직접적인 인식이므로 비합리적인 기능이라고 합니다. 합리적 기능의 양극인 사고와 감정 ; 비합리적 기능을 이루는 양극인 감각과 직관은 서로 대립된 짝을 이루고 있으므로 한 기능이 활동을 하면 다른 기능은 저절로 눌리게 됩니다. 융은 이 기능유형도 어느 정도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따라서 개인에 따라 네 가지 기능 중에서 가장 분화된 기능(주기능 또는 우월기능)이 있고 가장 덜 분화된 기능(열등기능)이 있게 됩니다. 그런데 무의식의 열등한 기능은 늘 열등한 채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고 무의식의 의식화로써 분화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분화 발달시켜 의식에 통합시키는 작업은 자기실현, 즉, 개성화과정의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이상과 같은 일반적인 태도나 특수한 정신기능 중 어느 것을 주로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느냐에 따라 여러 유형이 구분됩니다. 즉 일반적 태도의 유형으로 외향형과 내향형 : 여기에 각각 사고형, 감정형, 감각형, 직관형이 결부되어 외향적 사고형이라든가, 내향적 감정형등 여러 유형으로 구분됩니다.(각 유형에 대해서는 다음 호부터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심리학적 유형론은 융의 심리학설의 초기에 속하는 설로서 주로 의식의 태도와 기능을 다룬 것이면서 그것과 무의식과의 역동적인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레치머, 슈나이더, 에리히 프롬 등의 의학심리학적 성격유형과는 다른 독특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 학설은 인간 정신에 내포되고 있는 두 가지의 상반된 대극의 존재와 그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외향형의 사람의 무의식에는 미분화된 내향적인 태도가 있을 수 있고, 사고기능이 발달한 사람의 무의식에는 미분화된 열등한 감정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융의 심리학적 유형을 적용시킬 때는 그 사람의 의식의 태도와 기능뿐 아니라 무의식의 상태도 함께 보아야만 합니다.
네 가지 기능은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사회적이고 교육적인 그리고 가정의 영향으로 어느 특정한 기능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다른 것을 배제하게 되면 배제된 기능은 분화 발달되지 않아 유아적이고 고태적인 상태로 무의식에 남아있어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이런 기능을 열등기능이라고 하고, 반대로 잘 발달된 기능을 우월기능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열등기능이라고 늘 열등한 채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고 분화될 수 있고, 그것을 의식적인 노력으로 분화 발달시켜 의식에 통합시키는 작업은 자기실현, 개성화과정의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출처: http://www.jung.re.kr/php/board.php?board=bulletin&search=%EC%8B%AC%EB%A6%AC%ED%95%99%EC%A0%81&shwhere=subject|&command=body&no=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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