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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분석심리학] 합리적 정신기능 ‘사고(T)’ 중 ‘외향사고(Te)’는 무엇인가?




■ 합리적 정신 기능 ‘사고(T)’ 중 ‘외향사고(Te)’는 무엇인가?


  네 가지의 정신기능 가운데서 주로 객관적 규준에 따라 진행되는 사고기능에 의하여 생활하는 형이다. 다시 말해서 이 유형에서는 외향적 사고가 가장 발달해 있고 이 형의 사람은 그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무엇보다도 객관적 상황에 합당한 지적 작업에 의거한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많이 볼 수 있고 정부기관이나 상사의 행정가 또는 사무가, 법관, 과학자에게서 흔히 본다. 외향적 사고가 건전하게 움직이고 있는 한 이들은 단체의 조직에 능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고 개인 사이의 또는 경우에 따라 집단 간의 분쟁 해결을 조절하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누구나가 수긍할 수 있는 진위의 판가름을 명쾌하게 내려서 이성적인 질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반드시 자연과학자라고 해서 이 유형에 속하는 것은 아니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라고 해서 모두 내향적 사고형이라 할 수는 없다.


  외향적 사고형은 여러 가지 경험 자료를 종합해서 일반적인 견해에 도달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산출해 내는 것이 특징이어서 그의 판단은 합성적 혹은 ‘객어적’이다. 외향적 사고는 자료의 통합, 재통합을 거쳐서 적극적으로 무엇을 만들어 낸다. 그런 뜻에서 그의 사고는 긍정적이다. 해체한 자료는 재통합을 위해서 다른 방식으로 다시금 자기의 견해 속에 재편입된다. 그러므로 이 사고는 기존 가치의 절대부정이기보다 파괴된 가치를 다른 가치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는 흐리멍텅한 개념을 분명히 하고 문제의 소재를 이성적으로 파악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일치된 의견에 도달하도록 한다. 그 지식의 정확성과 종합 능력과 객관세계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미루어, 이 유형의 사람은 유익한 백과사전을 만들거나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념이 아니라 객체를 강조하는 사람이므로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의 설명처럼 이 유형의 법률가는 민주주의 이념이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싸우고자 하지 않는다. 그의 모든 마음은 밖의 객관적 상황에 흡수되고 사로잡혀 있다. 만일에 누가 그에게 어떤 문제에 대하여 그의 주관적인 태도나 의견을 묻는다면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이 측면의 인생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동기 같은 것은 완전히 의식 밖에 있는 것이다. 폰 프란츠는 또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동기들을 찾아보면 대체로 그것들은 평화나 자비나 정의에 대한 극히 어린애 같은 순진한 신앙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본다. 만일에 우리가 정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라고 강요하면 그는 아주 당황할 것이고 아마 ‘바쁘다’는 핑계로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을 사무실 밖으로 내쫓을 것이다.”


  외향적 사고형도 물론 이념이라는 단어를 구사한다. 그러나 그의 이념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타당성을 갖춘 이념이다. 즉 객관적 요구에 어울리는 이념이다. 그에게 모든 것은 객관적 사실에서 빌려 온 원리원칙에 부합되어야 한다. 그의 도덕적 선악의 판단, 아름다움과 추함의 판단도 객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람들은 곧잘 “우리는 무릇... 하여야 마땅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한결같이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는 식으로 일반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감정이 뒤따르지 않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좋은 의미의 사회개혁자, 사회정의, 사회윤리의 진작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식의 전달이라는 점에서 그는 좋은 교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순수한 의미의 학자는 아니다. 그러나 학자 가운데서도 마르크스, 다윈, 헤겔 같은 학자는 외향적 사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외향적 사고형에서 가장 억압되는 것은 사고기능의 대극인 감정기능이다. 그리하여 감정에 의존하고 있는 모든 생명형태, 즉 미적활동, 취미, 예술감상, 친교, 종교적 체험 같은 것에 모두 소홀해진다. 그는 이를테면 ‘일만 아는 사람’이고 ‘취미를 가질 틈이 없는 사람’이다. 무의식에 잠긴 감정은 미분화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린애 같은 순진성을 나타낸다. 때로는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특징을 띤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누구하고나 대화를 잘 나누지만 집에 오면 잔인한 폭군이 되어 어린애같이 짜증을 부리는 사람이된다. 외향적 사고형의 무의식에 있는 열등한 상태의 내향적 감정이 비로소 밖에 나타나는 것이다.


  외향적 사고의 극단화는 필연적으로 여기에 맞지 않는 경향의 억압을 심화한다. 의식에서는 보편성과 객관성과 무사공정을 지향하는데 무의식에서는 점점 더 사적인 이기적인 감정적 경향이 강해진다. 그것이 핀잔이라든가 화내는 형태로 의식 표면에 조금씩 나타난다. 의식이 무의식의 경향에 의하여 자기도 모르게 영향을 받아 이에 지배되면 여러 가지 모순된 경향이 나타난다. 그의 공정무사한 도덕률은 위태로워지고 남을 구원하던 사람이 파렴치 사건에 걸려들어 구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몰리고, 이상주의자가 개인적인 욕심(열등감정)에 사로잡혀 부정수단에 호소하게 된다. 일에 흡수되어 자기의 몸을 돌보지 않게 되는 것도 외향형 특유의 특징이다.


  “외향적 사고형의 가장 좋은 면은 그 작용영역의 변두리에 있다. 그 영역 안에 있는 권력 영역으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이 성격이 지닌 바람직하지 못한 횡포를 알게 된다.” 다시 말해서 외향적 사고형이 신봉하는 원리 원칙 또는 사고공식은 겉에서는 아직 제법 생기를 띠고 있다고 평가할 만한 것이지만,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이 공식이 지닌 권력층에 부딪혀, 여기서는 이러한 원리 원칙이나 사고공식에 어울리지 않는 모든 것의 생명이 죽어 버리고 만다. 이것은 그의 사고가 무의식적인 독선적 감정에 전염되기 때문이다.


  사고의 공식에 맞지 않아 억압된 모든 것이 의식에 대항하는 무의식의 힘이 되어 의혹의 발작을 일으킨다. 이 내심의 의혹을 물리치기 위하여 의식의 태도는 광신적이 된다. “광신이란 의혹의 지나친 보상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융은 말한다. 의식의 태도는 과장된다. 객관적 사실과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는 태도는 거의 경화되어 융통성을 잃는다. 바념ㄴ에 무의식에는 극도로 미신적이고 원시적인 비합리적 경향이 형성된다. 이것이 때로는 이상한 고집으로 나타나고 공정한 이론가답지 않은 궤변을 늘어놓게 된다.


  이리하여 미구에 그의 사고는 생명을 잃고 빈곤해진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여, 듣는 사람은 하나도 새로운 것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사실의 나열이나 문헌의 나열에 그치고 누가 뭐라고 했고 누가 뭐라고 했다는 것만 되풀이하고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 없다. 해석이나 숙고가 아니고 단순한 회고나 사실의 복사에 그치게 된다. 사고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향적 사고형이 그 의식의 태도를 일방적으로 극대화할 때 무의식에는 억압된 내향적 감정뿐 아니라 외향적 사고의 긍정성과는 상반되는 부정적 사고경향이 나타난다. 이것은 ‘무엇에 지나지 않는다’, ‘불과하다’는 식으로 판단의 객체를 무엇인가 진부한 것에 환원해서 그 객체에 객체가 가진 독자적인 독립된 가치를 박탈하는 사고 경향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어떤 학설을 열심히 강연할 때 그 학설의 내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 친구 그렇게 해서 돈을 얼마나 받아?’ 한다든가 ‘인간이란 먹기 위해 사는 데 불과하다’고 말하는 식이다.


  부정적 사고의 또 하나의 경향은 영지학적 사고인데, 예를 들면 ‘정신감응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전하는 진동’이라든가 ‘신경쇠약이란 성체에 이변이 생겼기 때문’이며 ‘꿈의 원인은 위가 무거워진 때문’이라는 등 이미 수수께기는 없으며 비밀은 해명되었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일종의 유물론적 사고와 같은 것이며 생산력도 창조력도 없고 독자적인 특성도 없다. 그러나 이런 사고의 불모성은 주변에 전염된다.


  외향적 사고형이 무의식에 극단적인 내향적 감정을 가지고 있음은 전술한 바이지만, 이러한 감정은 반드시 언제나 유아적, 독선적이 경향을 띠는 것은 아니고 폰 프란츠의 말대로 이념이나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신비적인 감정적 애착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극단적인 감정적 내향성은 그의 성격에 너무나 깊숙이 들어앉아 있으므로 남들이 그것을 알아차리기는 극히 어렵다. 외향적 사고형의 남편을 가진 부인조차도 남편이 일에만 몰두하고 부인에게는 전혀 무관심하다고 생각하여 그의 마음 속 깊이에 숨어 있는 정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사실 그는 강한 신의의 사나이다. 그것이 또한 은연중에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인생의 중요한 계기가 간혹 밖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체로 결코 그가 정적인 인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출처 : 분석심리학 pp.16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