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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분석심리학] 합리적 정신기능 '사고(T)'란 무엇인가?




■ 합리적 정신 기능 ‘사고(T)’란 무엇인가?


  사고란 주어진 관념내용을 그 고유의 법칙에 따라 서로 연관시키는 정신 기능이다. 사고라 하면 판단 작용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순한 연상작용의 결과는 엄밀하게 말해서 사고가 아니다. 그러나 사고에는 능동적인 사고활동과 저절로 일어나는 수동적인 사고활동이 있다. 전자는 어떤 목적을 향하여 방향이 정해진 사고로서 의지적 판단작용이며 합리적 기능이지만, 후자는 일종의 직관적 사고라 할 만한 것으로 비합리적 기능이다. 감정적 사고 역시 논리적 원칙을 따르지 않고 감정에 종속된 사고이다. 사고가 분화한다는 것은 그것이 고태적인 것과 혼동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미분화기능의 특징은 그러므로 미분화된 감정, 감각, 환상과 혼동되어 양가경향을 나타낸다.


  사고는 두 가지 원천에서 나온다. 하나는 주관적인, 궁극적으로 우리가 잘 모르는 무의식적인 원천에서 주어지고, 다른 하나는 감관을 통해 지각으로써 전달되는 객관적 사항에서 주어진다. 이것이 내향적 사고와 외향적 사고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사고의 근거를 이룬다.


  사고는 판단 작용인데 판단은 평가기준을 전제로 한다. 외향적 판단에서는 주로 객관적 관련성에서 빌려 온 평가 기준이 유효하고 결정권을 갖는다. 그러므로 사고가 내향적이냐 외향적이냐 하는 것은 판단이 어떤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가, 그것이 주관적인 원천에서 나왔는가 밖에서 매개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다르다.


  또 하나의 구별점은 결론의 방향인데, 사고가 주로 외적인 방향을 취하는가 내적인 방향을 취하는가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내가 외적인 구체적 사물을 생각하느냐 내적인 추상적 사실을 문제삼느냐를 넘어서 그러한 생각이 종국에 객관적인 사실이나 이미 보편화된 개념으로 이끌어지는가 아닌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상인이나 기술자, 자연과학자의 사고가 객체를 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나, 철학자의 경우 그의 사고 방향이 이념을 향할 때 내향, 외향 양자를 구별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이럴 때는 이 이념이 객체에 대한 경험의 단순한 추상으로서 객관적 사실의 총화를 내포하는 집합개념, 또는 전통이나 정신적 환경에서 얻어 온 것이냐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렇다는 결론이 서면 그 이념은 객관적 소여의 범주에 속하므로 그 사고는 외향적이라고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란 아무리 객관적 소여에서 출발하고 객관적인 것으로 향하는 경우일지라도 언제나 생각하는 주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상, 주관적인 사고과정이 병행해서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고과정에서의 중심이 주관적인 과정에 있을 때는 그것이 객관적인 과정에 있는 것과는 다른 또 하나의 사고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내향적 사고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의하여 결정되지도 않고 객관적 소여로 향하지 않는, 주관적으로 주어진 것에서 출발하고 주관적인 이념이나 주관적인 성질의 사실로 방향지어진 사고이다. 비록 어떤 사람이 객관적인 사실을 인용하고 그것을 대상으로 사고한다고 할지라도, 내향적 사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 객관적 대상 가운데서 주관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데 있다.


  “내향형은 흔히 자기의 사고에 객관성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어 하지만, 외부적인 사실은 이러한 사고의 원인도 목표도 아니고, 그 사고과정에서 비록 실제적인 사실성을 가진 영역을 광범위하게 섭렵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사고는 결국 주체에서 시작하여 주체로 돌아온다”


  외향적 사고와 내향적 사고는 그 사고의 절대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 서로 극한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외향적 사고에서는 사실의 제시로서 절대적 진리를 주장하여 사고의 주관적 요소를 배제하고, 극단적 내향적 사고에서는 주관적 관념을 절대시하고 객관적 사실성을 무시한다.


  전자는 ‘있다, 그러니까 있다’ 하는가 하면, 후자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생각한다’라 한다. 결국 이러한 사고의 극단적인 외향화와 내향화는 무의식에 이와 상반되는 경향을 형성하게 하고 의식은 그로부터 보상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다.


  내향적 사고와 외향적 사고는 사고의 두 가지 특이한 유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양자가 서로 대립되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 가령 양자 사이의 싸움을 막기 위해서 주관적인 성질의 대상을 객관적인 성질의 대상과 깨끗이 분리하면 될 것 같지만 만일에 그렇게 한다면 그 사고는 창조성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사고는 둘 다 일방적이므로 상호 간의 영향을 통해서 보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사고는 항상 객관적으로 주어진 조건에 의해서 작동하는 것 같고, 다른 관점에서 이를 관찰하면 사고의 객관적 전개가 기민하기는 하나 늘 객관적인 한계에 얽매여 근시적이고 부자유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내향적인 사고 역시 다른 관점에 서서 보면 자기만 아는 불가해한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럴 때 우리는 각각 그 사고가 남에게 보이는 것 ?현상-을 보고 이를 기술하고 있는 것이지 그 본질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융은 말한다. 본질적으로는 이 두 가지 사고는 둘 다 창조적인 사고이다. 단지 그 능력이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하고 있을 뿐이다.




출처 : 분석심리학 pp.160-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