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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분석심리학] 비합리적 정신기능 ‘감각(S)’ 중 ‘내향감각(Si)’은 무엇인가?




■ 비합리적 정신 기능 ‘감각(S)’ 중 ‘내향감각(Si)’은 무엇인가?


  외향적 감각형이 객체로부터의 작용의 강도에 따라 그 행동이 규정되는 것에 비해서 내향적 감각형에서는 객관적 자극에 의해서 생긴 주관적 감각 부분에 따라 그 행위가 결정된다.


  객체는 그에게 있어 그리 중요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 이것이 그가 객체 -하나의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과소평가는 의식적인 것이 아니다. 객체에서 오는 자극은 객체의 현실에는 이미 연관되지 않는 주관적인 반응을 통하여 즉시 대치됨으로써 그 가치가 감소된다. 무의식적인 내용이 강화되면 주관적인 감각 부분이 그만큼 활기를 띠어서 객체적 작용을 거의 완전히 덮어 버리고 만다. 그래서 객체의 작용이 거의 주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객체적 현실과 주관적 지각을 전혀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내향적 감각형은 고도로 예민한 사진건판과 같다고 폰 프란츠는 말한다. 사람이나 풍경의 모든 빛깔, 그늘, 형태 등을 세밀한 곳까지 지각한다. “그러한 인상은 객체에서 주체로 온다. 그것은 마치 깊은 물 속에 돌을 떨어뜨린 경우같이 인상은 더욱더 깊이 떨어져 가라앉는다.” 그의 지각은 그의 주체로 흡수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기차 여행에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낙이다. 그는 풍경을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것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그의 식욕을 돋우고 그만큼 그는 충족감을 느낀다. 물론 이것은 그 풍경이 그에게 내적으로 감동을 주는 계기가 되었을 때이다. 이렇게 다소의 객관적인 자극의 성질이 주관적 지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형의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흡수하여 감상한다. 겉으로 보면 이 사람들은 이차 기능인 사고나 감정이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멍청하게 보인다.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한 곳을 응시하나, 안으로는 미세한 스펙트럼같이 감각을 흡수해 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학가나 예술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임을 외향적 감각형을 설명하는 가운데 잠깐 언급하였다. 그들은 조용한 심미가답게 객체적 감각의 과장을 낮추고 부족한 것을 높여서 될수록 객체와는 중립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객체로부터의 과도한 작용을 막는다. 그러나 이런 그의 경향은 주위에 압박감을 주기 쉽다. 그는 결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무난한 사람이 아니라 쉽게 화를 낼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지배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남에게 이용당하기 쉽고 그 보복으로서 엉뚱한 곳에서 고집 부리고 말썽을 일으키게 되기도 한다고 융은 말한다.


  내향적 감각형 누구나가 다 예술적인 감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내향적 감각이 예술적인 표현으로 표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을 융은 시사하고 있다. 이 경우는 다른 사람이 그가 무엇을 어떻게 지각하였는지 잘 알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의 사고나 감정은 비교적 무의식적인 미분화된 기능이기 때문에 그의 깊은 인상을 의식에 올려 이해가 가능한 표현을 주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식의 표현은 그가 실지로 지각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통속적이고 일상적인 표현에 불과한 것이 된다.


  그의 의식의 내향적 감각태도가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객체적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고, 그의 생활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체적 현실, 바꾸어 말해서 상당히 무의식적인 고태적 현실이 된다. “실제로 그는 신화적인 세계에서 움직인다.”고 융은 말한다. “사람, 짐승, 철도, 집들, 강과 산이 더러는 자비로운 제신처럼, 더러는 악의에 찬 귀신처럼 그에게는 보인다.” 물론 꼭 그렇게 보인다고 그가 의식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들에 그와 같은 힘이 있는 것처럼 대하고 행동한다. 그러다가 그는 그의 주관적인 감각이 현실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게 된다. 그가 객관적 이성에 치우치면 그 차이를 병적인 것으로 느끼고, 그가 그의 주관적 감각의 가치를 인정하면 객관적 현실이라는 것이 모두 일장의 희극이요 환영이라고 웃어 버린다. 그러나 이런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는 극단적인 예에 한한다고 융은 말한다.


  내향적 감각형의 무의식에 가장 심하게 억압되는 것은 직관기능이다. 직관은 외향적인 성격을 띠며 고태적이고 부정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외향적 직관형에서의 직관은 밖의 현실에서의 가능성에 대하여 즉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좋은 능력을 갖지만, 내향적 감각형의 무의식에 파묻혀 있는 직관은 열등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현실의 가능성을 알아맞히기보다 공연히 현실의 어둡고 음산하고 불가해하고 위험스러운 배경을 예측하려고 하여 때로는 잘 알아맞히기도 하나 대부분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어두운 추측은 의식이 취해 온 쾌적한 중용의 태도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들며, 그 정도가 넘으면 객체에 대한 강박관념으로서 의식 표면에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이 형의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신경증은 강박신경증이며 피로증상 뒤에 히스테리성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내향적 감각형에서는 또한 외향적 감각기능이 억압되어 열등한 상태에 있게 된다. 이런 감각은 건전한 외향적 감각보다 더욱 과장되어 있고 미숙하다. 히스테리성 특징이 이런 형의 신경증에서 엿보이는 것은 이 까닭이다.


  그러므로 내향적 감각형은 평소에는 외향적 감각형의 완벽한 미적 취미를 부박하고 허영이라고 멸시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그보다 더 ‘저속’하고 유치한 취미를 제법 진지하게 키우며, 때로는 야하게 진한 화장을 한 히스테리성 여성을 좋아하는 순간조차 갖게 되며, 그것을 멋이라고 생각하거나 다소의 허영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자위한다.


  이 형에서의 부정적인 외향적 감각은 그들을 구체적인 현실에 매이게 만든다. 부정적 감각이 작용하고 있는 한 그들은 미래에의 가능성을 감득할 길이 없다. ‘지금’과 ‘여기’만이 존재한다. 그들은 마치 인생이 항상 지금과 똑같은 것처럼 행동하고 사물이 장차 바뀔 것이라는 것을 전혀 감각할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폰 프란츠는 설명한다. “한 치 앞을 못본다.”는 말은 이 경우에 어울리는 말이다.


  폰 프란츠는 내향적 감각형에서 감각과 직관이 어떻게 서로 상극이 되는가를 한 부인의 예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녀는 무의식의 내용을 화폭에 충실히 옮기고 있었다. 그림은 훌륭했으나 그녀는 조금씩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상을 감각적으로 수식하고 있었다. 즉 빛깔이나 모양을 고쳐서 그려 나갔던 것이다. 폰 프란츠는 그녀에게 여러 번 무의식의 상을 나오는 그대로 그리기를 종용했으나 그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열등기능을 분화시키려면 우월기능이 자리를 비켜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열등기능의 열등성은 의식에 불안을 주고 때로는 충격을 주어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꺼리게 된다. 사람들은 가장 장기인 우월기능을 동원해서 즉시 무의식으로 향한 의식의 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미분화된 기능을 분화시키기 힘들다.




출처 : 분석심리학 pp.184-187